게임 엔진 시장, 2032년 116억 1,551만 달러 규모 전망

게임 엔진이란 그래픽 엔진, 사운드 엔진, 물리 엔진 등 게임 제작에 필요한 주요 기능들을 통합하여 개발 편의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된 소프트웨어다. 폴라리스 마켓 리서치(Polaris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엔진 시장은 2022년 기준 23억 8,977만 달러(약 3조 1,736억 원)로 추정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17.1% 성장하여 116억 1,551만 달러(약 15조 4,253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2~2032년 글로벌 게임 엔진 시장 규모

출처 : 출처 : Polaris Market Research(2023.09)

게임 개발자 중 53%, 유니티 엔진 또는 언리얼 엔진 주로 사용해

응답자의 47%, '3D 게임 엔진을 단독 또는 함께 사용한다'

게임 엔진 시장은 유니티(Unity) 엔진과 에픽 게임즈(Epic Games)의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 지배하며 그중에서도 유니티 엔진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 개발자의 38%가 유니티를 기본 엔진으로 사용하고, 15%가 언리얼 엔진을 기본 엔진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두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 개발자가 53%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또한, 3D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자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3D 엔진을 사용하는 비율은 2D 게임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3D 엔진을 사용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나, 3D 엔진만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2D 엔진만을 사용하는 수의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게임 개발자 선호 게임 엔진 브랜드

출처 : SlashData(2022.12)

게임 개발자 2D 엔진과 3D 엔진 사용 비율

출처 : SlashData(2022.12)

게임 엔진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3D 엔진의 기술력이 향상됨에 따라, 과거에는 주로 게임 개발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게임 엔진이 현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점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화면에 3D 입체감을 더하고 광원의 위치에 따른 색상과 명암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기술은 증강 현실(AR)과 가상 현실(VR) 구현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영상 콘텐츠 제작 분야에도 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영화 제작사가 영화의 후반 작업, 시각 특수효과(VFX) 및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에 게임 엔진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게임 엔진의 실시간 렌더링(Real-Time Rendering) 기법의 성장 덕분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는 게임 엔진의 발전과 활용 사례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활발해지고 있다.

영화 속 시각효과, 이제는 3D 게임 엔진으로

① 언리얼 엔진 기반 차세대 미디어 제작 기술 '버추얼 프로덕션'

미디어 업계에서 에픽 게임즈 언리얼 엔진의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작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촬영이 끝난 뒤 따로 진행되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세트장에서 촬영과 함께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배우들이 녹색 스크린 앞에 서서 후반제작 과정에서 더해질 장면과 효과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으며, 장소를 이동하며 제작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각효과를 입히고 세트장 이동 없이 한 장소에서 동시에 후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언리얼 엔진의 온세트 버추얼 프로덕션(On-Set Virtual Production; OSVP)이라 불리는 LED 월(LED Wall)과 인카메라 VFX⁵⁾(In-Camera VFX)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생성된 이미지가 LED 월 세트장에 구현되고, 카메라 움직임을 결합해 카메라 안에서 실시간으로 시각 효과가 적용된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다.

에픽 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의 인카메라 VFX 기술을 사용하면 후반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시각 효과에 대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씨, 시간 흐름에 따른 배경도 제어할 수 있어 작업 효율성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에픽 게임즈 언리얼 엔진의 온세트 버추얼 프로덕션(On-Set Virtual Production)

출처 : Unreal Engine

② 유니티, 아바타2 CG사 인수 … VFX 시장 이끌 것

유니티도 자사 실시간 게임 엔진을 게임 개발 외 타 산업군에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1년 유니티는 VFX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Wētā Digital)을 인수한 데 이어 2023년 8월에는 유니티 웨타 툴(Unity Wētā Tools) 부서를 신설했다.

유니티의 실시간 시각효과 웨타 툴(Wētā Tools)

출처 : Unity

유니티가 인수한 웨타 디지털은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이 설립한 스튜디오로, 아바타 2(Avatar 2)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최근 웨타 툴 부서 신설 배경에 대해서는 "크리에이터가 2D 및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부서를 신설했다"라며 게임 개발자뿐만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한 엔진을 개발할 것이라 강조했다.

유니티 웨타 툴 부사장 나탈리아 타타척(Natalya Tatarchuk)은 "캐릭터 제작과 제작 환경구축, 렌더링, 컴포지팅(Compositing) 분야에서 혁신적인 도구를 선보이게 되어 기대가 크며, 강력한 솔루션을 통해 제작 과정을 가속화하고, 창의적인 변화를 도입해 뛰어난 최종 결과물을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유니티는 "웨타 디지털만의 VFX 툴을 유니티 플랫폼에 통합하여, 전 세계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가 차세대 실시간 3D 기술을 통해 더욱 창의적으로 메타버스의 미래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하며 지속해서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메타버스 생태계, 주도권 잡을 엔진은?

에픽 게임즈는 메타버스 사업에도 언리얼 엔진을 주축으로 투자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은 인터랙티브 경험과 몰입형 가상 세계 제작에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기에 메타버스 구축에 필요한 핵심 제작 플랫폼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픽 게임즈는 자사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를 활용해 메타버스 게임과 플랫폼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포트나이트>의 일간 활성 사용자 수가 6,610만 명에 달해 게임뿐만 아니라 창작 커뮤니티, 즉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에픽 게임즈는 2023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GDC)에서 언리얼 엔진 5에 기반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nreal Editor for Fortnite; 이하 UEFN)의 베타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UEFN을 사용하면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퍼블리싱할 수 있다. 또한, 제작자는 퍼블리싱한 콘텐츠의 참여도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는 참여 기반 수익금(Engagement Payouts)을 제공받으며, 참여도에 비례해 포트나이트 아이템 상점 등에서 발생한 순수익의 40%까지 받을 수 있다.

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 수익 분배 구조

출처 : Shack News

에픽게임즈와 마찬가지로 유니티도 통신, 건축, 건설, 제조, 교육 등 다양한 산업군과 메타버스 기술 협력을 추진하거나 이미 협력 중이다. 유니티 엔진은 네이버(Naver)의 제페토(Zepeto)와 메타(Meta)의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 등 대형 메타버스 플랫폼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니티는 디지털 트윈에도 투자하여 메타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실 세계의 요소를 가상 공간으로 그대로 옮겨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꼽힌다. 유니티는 국내외 대기업들과도 디지털 트윈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와 움직임으로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시간 3D 영상 제작 가능케 한 실시간 렌더링 기술

게임 엔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영화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실시간 렌더링(Real-Time Rendering) 기술의 발전이다. 실시간 렌더링이란 시각화를 즉시 생성할 수 있는 기술로, 렌더링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결과물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기존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한계로 인하여 실시간 렌더링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이를 사전 렌더링(Pre-Rendering)을 통해 해결하였다. 그러나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러한 한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

기존의 게임 업계에서 사전 렌더링과 실시간 렌더링을 구분하여 사용한 이유는 연산 처리 속도 때문이다. 사전 렌더링은 광선 추적이라고 불리는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이라는 방식을 사용하여 빛을 처리한다. 이는 우리 눈이 빛을 처리하는 방식, 즉 광원에서 나오는 빛이 대상에 부딪혀 반사되어 눈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읽는 것과 동일하여 가장 실감 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빛의 반사를 연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실시간 렌더링은 래스터화(Rasterization)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3D의 오브젝트를 2D 화면에 픽셀로 연산하는 과정이며, 빛을 고려한 연산 과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레이 트레이싱에 비해 사실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실시간 렌더링에서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되며,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영상 구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기술이 가장 잘 적용된 게임 엔진을 활용하여 메타버스,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의 실감 콘텐츠 시장이 발전하고 있으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 방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들과 민간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게임 엔진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여 항만 내 컨테이너의 반출·입, 적재 상태, 차량과 선적 장비의 이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LG CNS,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역시 작업환경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여 안전사고를 줄이고 작업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의료 업계에서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호흡기 VR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의료진이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인공호흡기 조작을 훈련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영상 콘텐츠 외에도 자동차, 건축, 물류,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협업과 연구를 통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실생활에 더욱 깊게 적용될 가능성이 기대된다.